<우남 이승만_ 1. 자료와 그의 배경>
인생은 만남이고, 만남은 곧 역사이기에 인물에 대한 탐구는 꽤 깊은 인문학적 성찰을 가능케 하기에 인물연구에 적지않은 관심을 두는 편이다.
우남 이승만, 박정희 다음으로 워낙에 핫한 분이기에 이 분에 대해서는 몇몇 관심분야에 대해 연구노트를 만들어가고 있다.
우선 기본적인 자료는 연세대학교 현대한국학연구소에서 간행 한 <梨花莊所臧 雩南李承晩文書-東文篇> 1~18권이다. 이 자료집은 이승만 저작뿐 아니라 일제시대부터 해방 직후까지 이승만 관련 조직ᆞ단체에 대한 1차 자료를 수록하고 있다. 특히 해방이후 이승만이 관련했던 독립촉성중앙협의회ᆞ비상국민회의ᆞ민족통일총본부 등의 회의록들이 들어 있는데 기록으로 남아있지 않은 미군정의 정책방향까지 살필 수 있는 자료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방대한 양의 이승만이 작성한 영수증들이 들어있는데 그가 조성한 정치자금의 운용실태를 살펴볼 수도 있다.
워낙에 자료들이 많아-이승만연구자도 아니기에- 관심분야와 관련해서만 자료수집과 연구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 국내사료뿐 아니라 일본외무성 외무사료관 문서철이나 각종 보존기록들도 중요하다. 특히 외무사료관의 不逞團關係雜件:朝鮮人ノ部ᆞ在歐 米ノ1~8』(1910~25)과 不逞團關係雜件:上海假政府 篇)(1919~26)등은 매우 유용하다. 당대의 신문이나 잡지 그리고, 미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 소장된 한국관련 문서들은 필수적이다.
흔히 아는 바와 같이 이승만은 전주 이씨로 양녕대군 16대손으로 알려져있다. 족보상 왕족이었으나 현실에서는 정치적, 신분적으로 쇠락한 양반가문이었다. 왕실 종친으로서의 대우는 이승만의 13대조 '윤인' 대에 끝났고, 이를 전후로 이승만의 직계 및 혼맥상 관직에 나가는 경우가 점차적으로 줄어 4대조 이최권이 진사가 된 이후 전무하여 몰락한 가문에 지나지 않았다. 이승만의 고향이 황해도 평산이라는 것이 그 반증이기도 하다.
이승만은 조선왕조에 대해서는 강한 반발 의식과 적개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대외적으로는 왕족 의식을 강력하게 표출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승만은 고종이 독립을 빼앗긴 무능한 군주라고 비판하며 대통령 집권기 동안 이은(李垠) 일가의 귀국을 허락하지 않는 등, 조선왕조 직계에 대해서는 노골적인 반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그는 재미 시절 왕족으로 행세하고, 한때 의친왕(義親王)의 손자를 양자로 입양하려 하는 등, 대외적으로는 군주 의식 또는 왕족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승만이 왕족의식을 대외적으로 표방하게 된 것은 왕족(royal family)을 우대하고 동경하던 미국 생활 과정에서 본격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승만은 적어도 1910년 조선왕조가 망할 때까지 국내에서 왕족 행세를 한다거나 왕조에 우호적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국내 일반인과 외국인들에게는 강한 왕족 의식을, 조선왕조의 직계와 제도에 대해서는 격렬한 반감과 비판을 가하는 양면적인 모습을 갖게 되었다. 나아가 대통령이 되자 그는 자연스럽게 군주 의식을 갖고 행동하기 시작했다. 몰락한 왕족의 후예로서 갖는 신분적 제약과, 신분 상승과 출세를 지향하는 의식 사이의 괴리는 이승만을 복잡하고 이중적인 의식의 소유자로 만들 가능성이 농후했다고 볼 수 있다.
사진) 이승만의 가계도
이승만의 본처는 같은 동네의 동갑인 박승선(1875~1950)과 결혼했다. 음죽 박씨인 박승선은 외가가 전주 이씨 양녕대군파였고, 외할아버지 이헌필이 이경선과 잘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이런 인연으로 혼사가 이루어졌다. 부부는 1894년 첫아이를 낳았으나 곧 사망했고, 1898년 12월 외아들 태산(泰山, 일명 鳳秀)을 얻었다. 태산은 이승만 도미 후 박용만을 따라 미국에 건너갔으나 1906년 2월 필라델피아에서 디프테리아로 사망했다. 박승선은 1899년 1월 이승만이 투옥되자 여러 날을 대궐 앞에서 호소할 정도로 소문난 열녀였다. 이승만 역시 옥중에서 부인을 그리는 시 여러 편을 쓸 정도로 금슬이 좋았다. 박승선은 생활력이 강할 뿐만 아니라 불 같은 성격의 소유자였고 근대식 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던 인물이다. 이승만은 미국 유학 후 귀국한 1911~12년부터 박승선을 멀리했지만, 1949년까지 호적상으로는 부부 관계를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