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노아 부르게 하리라...
광야, 이육사를 모르는 이 많지 않을 듯 하다.
시어로서 '초인'은 그야말로 육사의 전유물이 된 것 같다.
나의 기억에 이 시를 중학교 때 읽었다.
사실은 배웠다.
피천득의 '인연'에 등장하는 아사꼬를 상상하며 메마른 정서를 채워갔다.
서부영화에서나 나올법한 백마타고 오는 초인은 이전에 디즈니만화류에서 느껴지던 동화와는 달랐다. 그것은 훨씬 구체적이고 강력한 현실적 존재로 다가왔다.
그렇게 학창시절을 보내고 불꽃같은 20대를 지날무렵 베이찡의 한 허름한 골목길에서 육사는 불현듯 나에게 찾아왔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육사가 노래한 초인은 파워풀한 수퍼맨에서 점차 거북한 것으로 변해갔다. 아니 정확하게는 내가 변한 것이었다.
육사는 폐허가 된 듯한 중국의 골목길에 100년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었다.
김희곤의 <이육사평전> 한 권을 들고 북경의 자금성을 돌아 골목어귀에서 육사를 만났다. 그리고 그가 노래한 초인, 육사의 오촌 아저씨 '허형식'을 만났다.
이육사를 읽으면 김원봉이 등장하고,
허형식으로 찾아가면 아리랑의 김산, 그리고 북한의 김책, 김일성이 뜬금없이 등장한다.
조선혁명군정학교에서, 만주의 동북항일연군으로
양세봉장군의 꼬붕이었던 김일성은 소련땅으로 내빼고
허형식은 만주에 남아 끝까지 항전하다 이름없는 만주의 골짜기에서
전투중 사망하였다.
최후의 빨치산, 백마를 타고 오는 초인의 실제 모델
허형식장군.
2월의 어느 깊은 밤
육사의 평전을 만지작 거리다
육사가 옥사한 베이징 둥창(东厂胡同)후퉁 28호가 조만간 헐린다는데 다음달이라도 가볼까 싶다.
정부가 나서 자그마한 표지석이라도 하나 세우면 좋으련만...
근처에는 우당 이회영선생이 살았던 허우구러우위안 후퉁(后鼓楼苑 胡同) 이안정(二眼井) 그리고 샤오징창 후퉁(小经厂 胡同)과 같은 골목들도 있다.
이회영선생은 감리교인이었다.
사진) 이육사가 옥사한 베이징 둥창(东厂胡同)후퉁 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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